'아버지의 직장 이야기’를 듣고 삶을 다시 본 경험담

무심코 흘려들었던 ‘회사 이야기’의 의미

평소 아버지와의 대화는 짧고 단조로웠다. “일은 어때요?”라는 질문엔 늘 “그럭저럭”이라는 답만 돌아왔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꺼내시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어느 날, 오랜만에 단둘이 식사를 하던 자리에서 아버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내가 회사 다닐 때 말이지…”로 시작된 이야기는 내가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아버지의 직장 생활의 속사정이었다. 그 순간 나는,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아버지의 인생 서사와 직장 속 고단함을 마주하게 되었다.

직장에서의 고단함과 책임감, 그리고 침묵의 무게

아버지의 말에 따르면, 젊은 시절 그는 항상 새벽같이 출근해 밤늦게 퇴근했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아 수십 명의 팀을 책임졌다고 한다. 그러나 가정에는 그 고된 하루의 흔적을 거의 드러내지 않으셨다. 특히 “사표를 몇 번이나 품에 넣었다가도 네 얼굴 생각하며 다시 넣었다”는 말씀은, 그동안 내가 전혀 몰랐던 부모의 희생과 책임감을 깨닫게 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 침묵을 선택했던 아버지의 모습은, 직장인으로서의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들었다.

아버지를 통해 본 삶의 우선순위와 가치

그날 이후, 나는 삶의 기준이 조금 바뀌었다. 이전까지는 나의 커리어와 성취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가족을 위한 시간과 진심 어린 대화의 중요성도 인식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가장 힘들었던 시절에도 놓치지 않았던 가치는 ‘가족’이었다. 그 사실은 내 삶의 목표에 다시금 물음을 던졌다. 우리는 때때로 부모님의 삶을 단순한 배경으로 여기지만, 사실 그 안에는 하나의 완전한 인생철학과 가치관이 담겨 있다.

대화 한마디가 바꾼 나의 시선과 감정

이후 나는 아버지와의 대화를 더 자주, 더 진지하게 시도하게 되었다. “그땐 어떤 마음이셨어요?”라는 질문은, 아버지의 기억을 꺼내는 열쇠가 되었고, 나 또한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감정적 유대를 새롭게 느꼈다. 아버지는 단순히 가정을 이끄는 리더가 아니라, 수많은 고민과 선택의 순간을 지나온 한 사람의 성실한 직장인이자 깊은 내면을 지닌 어른이었다. 이런 대화는 나에게 ‘부모님과 대화하는 시간도 성장의 일부’라는 사실을 가르쳐주었다.